[스크랩] 철관음
무릇 차를 마시려면 중국의 궁푸차(功夫茶)를 마셔야 할 것이며, 궁푸차를 마신다면 ‘테관인’이 제격일 것이다. 또한 테관인을 마시려거든 푸젠(福建) 안시(安溪)의 테관인을 마셔야 할 것이다. 이는 차를 음미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중국의 차 중에서도 안후이 테관인이 높이 취급 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안후이 테관인은 우룽차(烏龍茶) 종에 속하는데 홍차(발효차)와 녹차(미발효차)의 중간 쯤에 해당하는 반 발효차로 ‘차 중의 왕’이라고 칭송된다.
테관인의 유래에 얽힌 전설이 아주 많다. 그중 한 전설에 의하면 18세기 중엽 지금의 푸젠성 안시 시핑전(西坪鎭) 난연춘(南岩村)에 왕(王)씨 성을 가진 문인이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기묘하게 생긴 차나무 한 그루를 산상에서 발견하고 매우 놀랍고도 기뻤던 그는 자신의 집 정원에 나무를 옮겨 심고 정성을 쏟아 길렀다. 잎을 채취해 차를 만들어 마시니 그 향이 매우 특이해 마음에 흡족하기 그지 없었다. 문인은 이 차를 건융(乾隆) 황제에게 바치니 건융은 차를 마신 후 크게 기뻐하였다. 차 잎을 살펴보면 검고 윤기가 흐르며 견실했고, ‘강철’처럼 무겁게 아래로 가라앉았다. 향이 그윽하고 형체가 아름다운 것이 마치 ‘관음(觀音)’에 비길 만하다 해 건융은 ‘테관인’이란 이름을 내렸다.
안시의 공기 중에는 은은한 차 향이 흩날리고 있으며 테관인이 이미 사람들의 생활 속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다. 안시인들의 의식주행(衣食住行)을 들여다 보면 손님을 맞고 배웅할 때는 물론이고 한시라도 차를 떠나지 않는다. “안시인은 손을 중히 여겨 문에 들어서면 바로 차를 끓인다”, “천하의 일을 논하기 전에 테관인을 먼저 맛본다”는 말은 안시인들의 일상생활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안시에서는 어느 집을 가나 테관인이 있다. 손님을 접대하는 가장 기본적 방식은 차를 대접하는 일이다. 친지를 만나면 다른 선물은 아니더라도 테관인은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사업을 논할 때도 차를 함께 마신다. “찻잔을 함께 들면 좋은 친구가 된다.” 안후이인들의 비즈니스는 잔잔한 대화와 조용히 함께 드는 찻잔에서 이루어진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함께 내빈을 향해 공손히 차를 올리고 신부는 시부모에게도 차를 올린다. 선조에 올리는 제례에서도 맑은 차를 세 잔 올리게 된다. 불사(佛事)를 행하는 불교 인사들 또한 매일 부처에게 차를 올리는데 세월이 흘러도 이 같은 예는 변함없이 계속된다. 여가 시간에 친구와 함께 차를 마시고 차를 논하며 저마다의 차를 비교하고 견주는 안시인들의 따스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안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만일 테관인이 없었다면 안시인들은 어찌 일상을 보낼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안시인들은 차를 떠날 수 없다. 차는 안시인들에 의해 예술의 경지로 승화됐다. 안시 차예술단은 창립된 이래 세계 곳곳을 순회하며 수 차례 국제 차박람회에 참가했고 천 회에 가까운 다도 시연도 가졌다. 다도 시범을 주도하는 안시 여인들의 아름다운 용모와 ‘쉔후가오충(懸壺高沖, 주전자를 높이 들어 찻물을 붓다)’시의 우아한 자태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매료시켰다. 많은 외국인들이 차박람회에 참여함으로써 다도 시연을 관람하게 되었고 독특한 여운을 지닌 테관인을 맛보게 되었다. 그들은 테관인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아가 안시를 좋아하게 되고 안시를 찾아 여행하면서 현지의 테관인을 맛보았다. 미국 특허상표국의 수잔 안소니는 안시 테관인을 좋아한 나머지 안시 테관인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주중미국대사관의 케빈은 “미국인을 포함한 서양인들이 전통적으로 커피나 홍차를 즐겨 마시지만 오늘날은 중국 안시의 테관인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안시의 테관인도 프랑스의 포도주, 미국의 포테이토처럼 세계인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식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줄지어 늘어선 산봉우리가 푸르른 녹음을 내뿜는 곳, 맑은 샘물이 졸졸 흐르는 곳, 구름과 안개가 휘감긴 산천에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가 가득한 곳인 안시는 어디에도 오염된 차 재배지는 없다. 안시현(縣) 내 총 40만 무(畝)의 차 밭에서 연간 4.2만 톤의 차 잎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각종 차 잎을 가공하는 업소 500여 개가 운영 중이다. 차 잎 주 생산지에는 ‘다청(茶靑, 볶아내기 전의 신선한 차 잎)’판매를 위주로 하는 차 재배업자, 높은 품격의 차 잎 제작을 위주로 하는 차 잎 가공업자, 무역거래를 위주로 하는 차 판매업자 등 세 부류가 공존하며 이러한 차 산업이 안시의 지주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시의 107만 인구 중 80만이 차를 생업으로 하거나 차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안시 테관인은 중국 내 현급(縣級) 차 농원의 면적, 생산액, 평균 단가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안시현 차 교역액은 45억 위안(元)에 달했다.
2000년 설립된 ‘중국 차의 도시(中國茶都)’는 1500개의 점포와 교역을 위한 2개의 대형 홀에 3천여 개의 판매 부스가 마련돼 있으며, 별도로 차문화연구센터, 차품질검사센터, 전자상거래소, 차 잎 과학기술자문센터, 중국 차문화박람회관 및 호텔, 문화광장 등의 부대시설도 설치돼 있다. 현재 중국 내 최대 규모이면서 가장 품격 있고 전문화된 전문 차 도매시장이라 할 수 있다. 개장 후 규모와 무역량이 갈수록 확대돼 가고 있다. 현재 ‘중국 차의 도시’의 연간 차 교역액이 10억 위안을 초과하고 있다.
안시 차 산업의 급격한 발전은 포장과 인쇄, 기계제조, 운송, 차문화 여행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안시의 차 상품을 수입하는 해외 시장이 동남아에서 한국, 일본, 유럽, 미국 등 40여 개 국가와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매해 차 수출량이 7천여 톤에 달하고 있는 안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차 생산과 수송지로 거듭나고 있다.
안시의 랴오제밍(廖皆明)은 정부의 대외 선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이다. “중국은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 중이다. 사람과 자연은 조화로워야 하고 사람과 사람도 조화로워야 하며 사람의 마음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차를 좋아하고 차를 음미하는 것은 이 세 가지 조화를 이루는데 도움을 준다. 진정으로 테관인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쁜 일을 할 리 없다”고 그는 말한다.
안시는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의 이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