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굴클럽]좋지 않은 상황일수록 자기를 통제하는 능력 필요
1.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야근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다.
물리적인 일의 양이 많은 게 이유라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업무 특성상 AE 및 광고주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거의 고문에 가깝다.
2. 주전에 끝났어야 할 결과물에 대해서 고객사 담당자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재작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볼 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수정사항을 내놓으면서 '갑'으로서의 우월적 지위만을 강조할 때에는 말문이 막힌다.
아무리 클라이언트라 해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번 충돌한 이후부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제는 그가 작정하고 자신을 골탕 먹이려 한다는 느낌마저 들 지경에 이르렀다.
전체 업무를 조율하는 AE, J대리도 못 마땅하긴 마찬가지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중간에서 전전긍긍할 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J대리의 우유부단함도 한 몫 한다. (광고 에이전시 디자이너 K대리)
2.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볼 멘 소리 하기로 하자면 나 역시 2박3일을 세워도 모자란다.
이 프로젝트 끝나고 나 혼자 일확천금 하는 것도 아닌데 중간에 끼인 내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에이전시 의견은 무시로 일관하는 광고주 담당자 L대리의 안하무인은 접어 두자.
작업물에 대한 의사결정이라도 신속하게 해줘야 일이 진행될 게 아닌가?
마냥 기다리게 해놓고서는 마감일만 다그치는 데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K대리도 그렇지.
아무리 힘들어도 내 얼굴을 봐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참았어야 했다.
그렇게 클라이언트와 부딪혀서 달라진 게 하나라도 있으면 나도 할 말 없다.
허나 그 뒤로 사태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모두 조금씩만 양보하고 희생하면 될 것을…
그게 그토록 힘든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손바닥도 마주쳐 소리가 나는 법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한 치도 틀리지 않다는 게 문제다. (광고 에이전시 AE J대리)
3.
특별한 이유 없이 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발상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다면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
나라고 모진 말하기가 좋을 리 없다.
그러나 결과물을 보면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디자이너는 내가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불평하는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설사 인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그저 내 역할에 충실하고 주어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뿐이다.
그게 고통스럽다면 일을 포기하면 된다. (광고주 회사 담당자 L대리)
같은 상황이라도 당사자의 이해관계 혹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이 듣고 싶은 메시지만 취하는 게 사람들의 습성이다.
"내 눈의 들보는 안 보이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때 마다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심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실의 종을 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 섣불리 나서서 대신해 줄 수 없으며 결국 문제는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괴팍한 광고주를 만나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K대리,
기가 센 두 사람 사이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는 J대리,
자신들의 능력부족은 인정하지 않으며 불평불만 늘어놓고 있다고 말하는 L대리.
이들이 화해 할 가능성은 정말 없는 것일까?
언제까지 서로를 비난하며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단 말인가?
업무환경이나 조직구조에 상관없이 모든 일들은 관련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백퍼센트 발휘하기 힘들다.
살다보면 마음에 맞는 동료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만나게 될 때가 더 많다.
나의 발목을 붙잡는 최악의 파트너와도 조화롭게 협업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차피 최악의 파트너와 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화롭게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첫째, 우선순위와 목적을 기억하자.
갈 길이 구만리인데 방향을 잃었다면 무작정 가지 말고 잠시 멈춰서야 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른 채 정처 없이 헤매다 보면
절대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팀워크를 이루어야 할 구성원들끼리 갈등이 깊어지다 보면 일의 우선순위는 무너지고 만다. 공동으로 힘을 합쳐 도달해야 할 지향점은 점점 더 멀어질 뿐 이다.
그럴 때 일수록 복잡한 상황을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일의 우선순위와 최초의 목적을 떠올려 보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둘째, 사람 말고 일을 보자.
최악의 파트너를 만났을 때 가능하면 상대방의 이름도 얼굴도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리자.
그 혹은 그녀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면 당연히 사람 됨됨이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일터가 아닌 술집에서 만났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할 때 가능한 사적인 감정이나 취향을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갈등의 원인은 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자.
굳이 불필요한 감정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선천으로 타고난 DNA가 맞지 않는 부류도 얼마든지 있다.
일은 진행되어야 하고 철저하게 업무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약속을 잘 지키자.
룰이 깨지고 예외가 많아지면 잡음의 소지도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업무 파트너와의 약속은 어떠한 경우라도 지켜야 한다.
부득이하게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적어도 사전에 공유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업무상 갈등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제공한다거나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듦으로 인해 비롯된다.
설사 당신이 `갑` 혹은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이 원칙을 함부로 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넷째, 후회할 행동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말자.
"내가 사표를 냈으면 냈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설사 장렬히 부딪치다 부러져도 한 점 후회 없을 것이라던 호언장담이 무색한 상황이 생긴다면?
아니 무색한 건 차라리 견딜 수 있다.
자신의 성급한 행동으로 인해 가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해도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을 때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극한 상황일수록 자기를 통제하는 관리능력이 빛을 발한다.
<출처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