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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당당 발랄한 신세대 패럴림픽 선수들

정현심리연구소&고성힐링센터 2008. 9. 6. 07:18

"장애 없었으면 올림픽 못나갔죠… 하하!"
당당·발랄한 신세대 패럴림픽 선수들
장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운동 자체 즐겨
"다른 사람에 본보기되면 만족" 사고도 긍정적
베이징=성진혁 기자 jhsu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박본일 인턴기자(고려대 국어국문4)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S3등급 배영 5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수영 국가대표 민병언 선수.

◆휠체어 탄 수영대표 민병언


5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국가수영센터, 일명 '워터 큐브'로 불리는 수영장에 민병언(23)이 휠체어에 탄 채 들어섰다. 민병언은 6일 개막하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수영대표선수다.

팔에 힘을 제대로 못 주기 때문에 혼자서는 물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코칭스태프들이 민병언을 안아들어 수영장에 넣어줬다. 용필성 감독이 "오늘은 컨디션 조절하는 거니까 2.5㎞만 하자"고 말했다.

민병언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발은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두 팔만 겨우 휘저으며 레인을 따라 헤엄쳤다. 민병언은 장애인 수영 등급(지체장애 부문) 중 세 번째로 중증인 S3(등급에 따라 S1~S10까지 구분)에 속한다. 민병언은 이번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단 77명 중 유일하게 '진행성 질환'을 앓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Charcot-Marie-Tooth)'라고 불리는 감각신경장애증이다. 뇌에서 신경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 희귀유전병의 증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나타났다. 발을 질질 끌며 걷기 시작했고, 결국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

병원의 권유에 재활 차원으로 수영을 시작했던 민병언은 "물이 무서워서" 한 달 만에 그만뒀다. 하지만 2004년 경민대 인터넷정보학과에 들어간 뒤 스스로 물을 찾았다. 손가락까지 구부러지고 점점 힘이 빠져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민병언은 2006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 배영 50m에서 세계신기록(49초94)을 세웠고, 작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다시 비공인 세계신기록(48초29)을 작성했다. 선수단에서 그는 '장애인 박태환'으로 통한다.

하루 4㎞씩 훈련을 소화했다는 민병언은 "물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나도 박태환처럼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제13회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이 6일 개막, 12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올림픽이 휩쓸고 지나간 끝자락에 열리는 '그들만의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선수 77명의 열정은 지난 8월을 달궜던 태극전사들 못지않게 뜨겁다. 열정과 땀으로 장애를 넘어선 선수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 대신 환한 희망이 가득 차 있다.

◆‘얼짱 스타’ 수영 김지은

여자 수영대표 김지은(25). 이미 인터넷에서 '얼짱'으로 꼽히는 스타다. 김지은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베이징 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국민들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 잘 이해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선천성 지체장애(뇌병변 3급·뇌성마비)를 타고난 김지은은 2005년까지만 해도 걸어가다가 발이 꼬이면서 넘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2006년 초 수영을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악바리 소리를 들을 만큼 열심히 했어요. 허리가 좋지 않아서 때로 손에 마비 증세가 오기도 했어요. 기록이 줄어드니까 욕심이 생기더군요."

김지은은 2006년 가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4관왕에 오르며 '샛별'로 떠올랐다. 작년 여름 한 방송사에선 휴먼 다큐멘터리로 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4월 20일 프로야구 두산의 잠실경기 시구를 한 뒤에는 예쁜 외모 덕분에 급속도로 유명해졌다.

S7등급으로 출전하는 김지은에게 꼭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다.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고,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롤 모델(role model·본보기)'이 되면 만족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올림픽 뒤엔 운동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신라대 체육학과) 대학원 석사 논문도 써야 하고, 여행도 다니고 싶고…. 바쁠 것 같아요."

▲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여자수영 국가대표로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베이징 일기’를 연재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지은 선수.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UDT출신 육상 김규대

휠체어 육상 단거리 선수인 김규대(24·서울 북부 장애인복지관)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 몸짱'으로 꼽히는 해군UDT(특수전전단) 하사였다. 하지만 공수 교육을 받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척수장애인이 됐다.

"병원에서는 휠체어를 타라고 했습니다. 아마 1년쯤은 휠체어를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반드시 다시 걸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이를 악물고 재활에 열중하던 김규대는 우연히 TV에서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을 본 뒤 생각을 바꿨다. "팔로 휠체어를 밀어 42㎞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온몸에 전율이 왔다"고 했다.

그 뒤로 김규대는 두 다리 대신 두 팔로 달리는 '휠체어 육상 선수'가 됐다. 김규대는 "나는 단지 달리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를 뿐"이라고 했다. 김규대는 "전에 올림픽은 알아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몰랐다"며 "비장애인이었다면 올림픽 무대를 밟을 꿈도 못 꿨을 내가 장애인으로 패럴림픽에 나오게 돼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유승민 선수에게 탁구지도를 받고있는 김영건 선수(왼쪽), 휠체어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인 김규대 선수(오른쪽).
◆2연패 도전 탁구 김영건

김영건(24·척수장애 1급)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김영건은 2004아테네 장애인올림픽 탁구 3등급에 출전해 당시 우리 선수단 최연소로 금메달(개인·단체 2관왕)을 따냈다.

김영건은 이번 장애인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김영건은 지난 6월 아테네 올림픽 챔피언인 유승민과 함께 훈련했다. 당시 유승민은 "정말 엄청난 집중력을 가진 선수"라고 김영건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영건은 "내게 용기를 줬던 승민이 형이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접는 걸 보고 너무 아쉬웠다"며 "형을 위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 때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영건은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는 체육 지도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자신이 한때 세상과 담을 쌓으려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원망하던 제가 스포츠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장애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르게 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입력 : 2008.09.06 03:06
출처 : 들메사랑
글쓴이 : 사과꽃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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